Search

[연간 회고록] 2021년을 보내며

Created
2022/02/27
Tags
회고록

1. 개요

굉장히 늦은 회고록이 되었다 ㅎㅎ... 2021년을 마친지 벌써 2달이 되었고, 며칠 뒤면 곧 개강이다. 비록 일 때문에 늦긴 했지만, 그래도 의미있게 보낸 한 해를 돌아보고자 한다.
2021년은 내가 원했던 대로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붙이고,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개발을 배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겪은 한 해였다.
2021년에 겪은 것들 느낀 것들을 작성해야 하는 것이지만... 사실 2021년만큼은 2020년의 인(因)으로 맺어진 과(果)의 성향이 크기 때문에 일기로써 작성하지 않았던 2020년의 생활을 살짝 언급하여 비교를 해보고자 한다.

2. 2020년... 어떻게 보냈을까

2020년에 휴학을 시작했던 나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발에 발을 딛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휴학은 컴퓨터학과면서 코드 한 줄 마저 제대로 짤 줄 모르던 부끄럽던 나를 바꾸기 위한 결정이었다.
당시엔 개발을 잘 하지도 못했는데 (심지어 개발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도 없었음),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득했었다. 문득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4월에 퇴사를 했고, 이것저것 토이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6월까지 시간을 보냈었다.
그럼에도 내가 짜는 코드에 대해서 하나하나 이유도 모르고 짜는 느낌이 강했던 터라 그렇게 7월부터 C, C++ (Modern 포함)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코드를 짜면서도 내가 짠 코드 아래 계층에서 어떤 것들이 어떤 원리로 동작하고 있는지 대략적인 그림이라도 그려내야 해결될 거 같다고 판단했다. 덕분에 미련 없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Flutter, Express.js를 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9월까지 C, C++을 공부하던 중에 8월 중에 신청했던 42 Seoul의 피씬이라는 집중 교육 기간에 대한 윤곽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엔 코로나 때문에 집중 교육 기간이 한 달씩 늦춰지고 있었다.)
마침 10월 말쯤에 피씬을 시작했고, 좋은 동료들을 만나 11월 중순 쯤 집중 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12월에 나는 42 Seoul의 떳떳한 한 명의 카뎃이 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단 코드를 짜면서도 의구심이 들었다는 것, 그 의구심 때문에 코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직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 개발의 생태계를 잘 모른다는 것, 코드를 작성하면서 주석, 린트, 문서화 등 협업을 위해 지키지 못했던 것들과 소통 마저도 제대로 못했다는 점들이 내가 2021년에 극복해야 했던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다.

3. 2021년... 무었을 얻었을까

1) 블로그

코드를 못 짜는 것, 코드를 짜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은 내가 과제를 완료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과 이유들을 찾아나가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발자, 엔지니어들은 알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알고 깨닫고 느끼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정말 크지 않은가?
따라서 2021년의 전반적인 발자취는 42 Seoul의 과제와 함께 이어가기로 했다. 과제를 대충 마치지 말자는 생각이 가장 컸고, 이를 위해선 내가 배운 것들과 내가 수행한 모든 것들을 기록하고 전달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과제를 위해, 그리고 동료를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주요 내용은 42 Seoul의 과제를 진행하면서 놓쳐선 안 되는 사항들을 참고서와 같이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추 글들을 모두 마쳤을 때는 꽤나 나쁘지 않았던 성과를 얻었던 것 같다.
oopy 통계로는 월 평균 6400명 정도, 애널리틱스 통계로는 wau/mau가 약 32%를 달성했다.
첫 째로는 내가 어떤 지식이 헷갈리 때마다 과제와 엮어서 떠올리게 되었고, 이 덕분에 특정 지식이 헷갈릴 때 내가 작성한 글을 바로 찾으러 돌아와서 명확하게 잡을 수 있었다. 둘 째는로는 글 작성에 늘 힘들어 했던 내 모습을 버리고, 문서 작성을 내 일상 중 하나로 둘 수 있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시간만 받쳐준다면 글 작성에 큰 부담은 안 느끼게 된 것 같다. 셋 째는 글들이 꽤 괜찮은 건지 모르겠지만 다른 카뎃분들께서 많이 찾아주시고, 이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 네트워킹이 활발해졌다는 점도 있다.

2) 알고리즘

42 Seoul의 과제를 진행하면서도 늘 부족한 부분은 알고리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많은 카뎃 분들을 알게 되면서 알고리즘을 위한 그룹을 구성했다. 과제와 글 정리 때문에 시간을 많이 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꾸준히 하루에 한 문제를 푸는 식으로 진행을 했다.
알고리즘을 꾸준히 풀어둔 덕분에 코테에 대한 부담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기 보단, 풀이 과정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로 못 푼 부분은 의견을 나눈다거나, 나 혼자만 푼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전히 부족하지만) 많이 늘었던 것 같다.
특히 어떤 사항들을 구현하더라도 알고리즘을 풀 때의 자세가 크게 도움이 되었다. 이전에는 문제에 닥치면 문제 상황을 검색부터 했었는데, 지금은 그 모습을 조금은 지우게 된 것 같다. 현재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맥락을 먼저 파악하고, 어떤 점들이 필요한지 생각 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한 뒤에,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을 쪼개서 검색을 하는 등 해결을 하게 된 것 같다. 이 덕분에 문제 상황을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이 는 것 같고, 그 과정에서 알고리즘 풀이가 꽤나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3) 책

2021년 상반기에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은... 내가 공부한 것들이 정확한 출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이다. 우선 내가 정확히 이해를 해야 글을 명확히 작성해갈 수 있는데, 블로그 출처의 글들은 대략적인 흐름과 개요를 익히긴 좋아도 정확한 이해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을 많이하게 되었다. 즉, 글을 다시 작성하여 전달하는 내 입장에서는 내가 작성한 글이 요약의 요약과 다를게 없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여러 글들과 혼란을 빚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그렇게 선택하게 된 것이 독서였다. 따라서 2021년도 하반기에는 없는 시간을 짜내서라도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과제와 관련된 책들 위주로 읽었지만, 차후에는 내가 관심 가는 대로 C++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연말에는 Golang에 흥미를 많이 느껴서 Golang 위주의 책들을 많이 읽었다.
책 읽는 것도 습관이다 라는 말에 참 많은 공감을 했다. 처음에는 한 권을 읽는데도 시간이 정말 많이 소요되었는데, 책이 익숙해지는 것인지 개발에 대한 말귀를 조금 더 잘 알아듣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책을 읽는 과정을 즐기면서 한 권을 마치는 시간도 점차 줄었던 것 같다.
특히 어떤 것을 배울 때 동영상 강의를 많이 봐서 동영상 시간만큼을 빼았겨야 했었는데, 책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템포로 빠른 부분은 빠르게 느린 부분은 느리게 조절해가면 습득이 가능했다는 점을 느껴서 더 좋았다.
블로그를 읽는 것도 나쁘진 않았겠지만, 책은 정말 잘 정리된 (갈무리된) 블로그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독서 덕분에 개발 문서 읽을 때 현기증은 조금 덜해진 것 같다는 점을 느끼기도 했다.
개발을 하면서는 블로그와 다른 사람이 작성한 온라인 문서를 볼 일이 더 많겠지만, 그런 경우들을 제외하고는 틈틈히 책을 읽는 시간을 보내볼 것 같다. 당장은 웹/앱 백엔드 쪽 개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관련 책들을 많이 읽게 될 것 같다고 느꼈다.

4) 사람

피씬 때부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 것인지... 42 Seoul에서 정말 즐거운 생활을 했고, 좋은 카뎃들을 연이어 만난 1년이었던 것 같다.
디엠, General 및 Random 채널, 오프라인 클러스터 등에서 정말 다양한 분들을 많이 만났다. 42 Seoul에 입학하면서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분을 쌓는 것이었던 만큼, 1년 간 얻은 친분은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수 가리지 않고, 만나서 얘기 나눠주신 모든 카뎃분들께 정말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번외로 피씬 시절에 나와 함께 러쉬 01을 진행했던 dsong님께서 만든 jseofanclub 덕분에 많은 웃음을 함께했던 1년이기도 했다. 장난이든 그렇지 않든, 소중한 인연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모여주신 분들께도 소중한 인연 이어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5) 개발

42 Seoul 과제만 하면서 보낼 1년인 줄 알았는데, 연말 쯤 되니 해커톤이 열렸다. 자세한 후기는 아래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해커톤 과정에서 Golang을 직접 경험하고, 웹 프레임워크와 쿠버네티스를 이용하면서 개발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더 큰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나홀로 개발하는 것보다 팀이 구성되면 정말 즐겁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이 때의 경험이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에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공부 기간이 길어지면서 들었던 개발에 대한 회의감과 걱정은 개발에 직접 부딪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기우에 불과했다. 막상 겪어나가고 있다보니, 개발은 그렇게 단순한 것도 아니었고 코드 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들을 느꼈다. 하나 하나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내 모습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커리어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일 속에 묻혀 자연스레 사라졌다.

3. 2022년...?

연말에 학생 신분으로 지원한 두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스스로 불합격 이유를 피드백했을 때 나온 결론은 서비스 운영 경험이었다.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피드백을 받고 운영을 해보았는지가 부족했기 때문에 2022년에는 이를 목표로 달려볼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2022년 1월부터 올리라는 운동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고, 얼마 전에 파이어베이스에서 Golang으로 마이그레이션을 마쳤다. 실 사용자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기능이 적었기 때문에 이번에 올라가는 업데이트가 꽤나 큰 편이다. 소셜 로그인과 커뮤니티를 달아서 업데이트를 올릴 예정이고 이어서 바로 상품 구독제가 배포되므로, 이제부터 사용자 반응을 보고 분석하여 개발을 진행하게 될 것 같다.
Golang을 이용하여 개발을 진행하게 된 만큼, 2022년에는 Golang을 지금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Golang에서 ORM이 그닥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SQL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Query를 잘 칠 수 있도록 시간을 들이는 것도 또 하나의 목표로 갖고 있다.
키워드로 따지면, Golang, SQL, Kubernetes, AWS 등이 될 것 같다. 특히 올리를 진행하고 있는 팀원 6명 중 4명이 42 Seoul 카뎃이고, 그 중 나를 포함한 3명이 아직 42 Seoul 과정을 끝내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 42 Seoul 과제들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할 것 같다.
당장 며칠 뒤면 개강이라 복학을 하게 되는데, 42 Seoul도, 학교도, 운동 올리도 모두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